작품 배경
매년 겨울이면 전 세계에 퍼지는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차이코프스키가 제작한 마지막 발레 음악으로 에른스트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발레입니다.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왕을 읽던 도중 차이코프스키에게 달려가 작곡을 의뢰하였고, 차이코프스키 역시 매우 고심하며 작곡을 시작하였습니다.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와 안무를 맡은 프티파는 호두까기 인형을 제작하던 도중 큰 사건을 겪기도 합니다.
차이코프스키는 1막의 절반과 눈송이 왈츠 초안을 이제 막 작곡을 마쳤을 때 그가 소중히 여겼던 여동생 알렉산드라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 충격으로 차이코프스키는 작곡을 잠시 중단하게 되는데 후에 그는 세상을 떠난 자신의 여동생을 떠올리며 2막 두 남녀 무용수의 파드되 아다지오 부분에서 우울하고 하강하는 음계 선율로 작곡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 역시 호두까기 인형을 제작하던 도중 프티파의 두 번째 결혼에서 얻은 둘째 딸 예브게니아가 사망하게 되면서 딸을 잃은 슬픔과 건강 악화로 조수인 이바노프에게 안무를 넘기게 됩니다. 후에 프티파는 자신의 정원을 걷던 도중 그동안 보지 못했던 꽃 하나가 피어났는데 프티파는 자신의 딸이 떠나자 피어난 꽃 금잔화를 보고 그녀를 추모하는 마음에서 2막 꽃의 왈츠에서의 꽃을 금잔화로 설정하기도 하였습니다.
막 중 별사탕 요정이 춤출 때 마치 영롱하게 빛나는 듯하게 들리는 악기는 건반악기 첼레스타입니다. 프랑스 파리 출장길에서 차이코프스키는 이 악기를 발견하였고, 같은 러시아 출신의 작곡가들인 림스키 코르사코프나 글라주노프에게 알려지는 일이 없도록 신신당부했다고 합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첼레스타 뿐만 아니라 장난감 북이나 장난감 나팔 그리고 눈의 왈츠에서 여성합창(또는 어린이 합창)을 편성에 넣는 등 당시로서는 독특한 시도를 하였으며 이런 노력 끝에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을 하게 됩니다.
1막 크리스마스 파티
독일의 어느 오래된 마을,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스탈바움의 집에서 파티가 열리게 됩니다. 클라라의 대부이자 마술사인 드로셀마이어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면서 인형극과 움직이는 인형들을 보여줍니다. 드로셀마이어는 클라라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하지만 이를 욕심낸 동생 프릿츠가 호두까기 인형을 탐내다가 결국 망가지고 맙니다. 슬픔에 빠진 클라라를 보며 드로셀마이어는 크릿츠를 야단치고 인형을 고쳐서 클라라에게 줍니다. 클라라는 호두까기 인형을 보며 다시 즐거워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밤이 찾아오고 클라라는 호두까기 인형을 들고 잠에 들게 됩니다. 모두가 잠든 시간, 응접실에 쥐들이 나타납니다. 드로셀마이어의 마술로 살아난 호두까기 인형과 장난감 병정들은 살아 움직여 쥐와 싸우게 됩니다. 호두까기 인형은 쥐 왕과 싸우던 도중 위험에 처하지만 클라라의 도움으로 승리하게 됩니다. 전투가 끝나자 클라라는 왕자로 변한 호두까기 인형과 같이 춤을 추게 됩니다. 그리고 호두까기 왕자와 클라라는 소나무 숲에서 춤추는 눈송이 요정들을 만나게 되고 축복을 받으며 호두까기 왕자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2막 신비한 환상의 나라
과자나라에 도착한 클라라와 호두까기 인형, 각 나라를 상징하는 여러 디저트와 요정들의 축하를 받습니다.
- 스페인 : 초콜릿
- 아라비아 : 커피
- 중국 : 차
- 러시아 : 지팡이 사탕
- 프랑스, 갈대피리 : 미를리통, 마지팬
- 마더진저, 폴리치넬 : 봉봉 초콜릿
- 별사탕 요정 : 슈가플럼 사탕
그렇게 클라라는 과자나라에서의 축하를 받고 떠나게 됩니다. 크리스마스 아침, 신기하고 놀라운 여행에서 깨어난 클라라는 이 모든 것이 꿈이라는 것을 깨닫고 호두까기 인형을 품에 안은 채 크리스마스 아침을 맞이합니다.
버전별 차이 및 총평
현재 수많은 버전의 호두까기 인형 안무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크게 3가지를 소개한다면 이바노프의 러시아 황실 발레를 지나 고르스키 버전을 바탕으로 제작한 바이노넨(마린스키 발레), 그리고로비치(볼쇼이 발레), 그리고 발란신(뉴욕시티 발레) 버전이 있습니다. 이 세 가지는 2막에서 조금씩 차이를 보입니다.
1) 바이노넨 버전
클라라가 과자 나라로 여행을 떠나 같이 춤을 추는데, 어린 클라라가 꿈속에서는 성인이 되어 춤을 추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1막 눈의 왈츠와 2막 사탕요정으리 춤을 직접 추는 것으로 바뀌어서 사실감을 높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니버설 발레단'이 바이노넨 버전을 따르고 있어, 1막의 앞부분을 연기하는 어린 클라라를 볼 수 있습니다.
2)그리고노비치 버전
클라라(마리)가 크리스마스트리 안의 크리스마스 랜드로 떠납니다. 왕자는 마리에게 사랑의 맹세와 함께 청혼을 하고 스페인, 인도, 중국, 러시아, 프랑스 인형들과 아름다운 꽃송이들이 모두 모여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모두가 행복해하며 왕자와 마리의 아름다운 춤으로 결혼식은 끝이 나고, 잠에서 깨어나보니 꿈이라는 설정으로 끝이 납니다. 차이점은 드로셀마이어를 극을 이끄는 화자 역할로 설정해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이끌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3) 발란신 버전
발란신은 초연인 러시아 황실 발레처럼 어린 주인공과 주역 무용수를 따로 설정하여 어린 주인공이 별사탕 요정의 춤을 구경하는 장면이 나타납니다. 또한 러시아 황실 발레의 학생 시절에 겪었던 자신의 경험을 살려 파드되에서 무대를 가로지르게 하는 무대 트릭인 레이카나 훌라후프를 사용한 러시아 춤처럼 스토리 구성뿐만 아니라 안무에서도 비슷하게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원작 동화의 탄탄한 스토리에 맞춘 차이코프스키의 아름다운 음악은 2시간여 공연동안 관객들을 빠져들게 합니다. 서곡은 물론이고, 합창단 허밍을 가미하여 환상의 크리스마스 랜드의 느낌을 표현한 1막 눈송이 장면, 스페인, 중국, 러시아, 프랑스, 인도 민속춤을 가미한 특색 있는 춤, 첼레스타를 사용하여 맑고 깨끗한 느낌을 표현한 2막 클라라(마리) 솔로 장면 등 아름다운 음악과 악기들이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고 풍성한 공연을 만들어 냅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따뜻하고 화려한 무대, 수준 높은 춤의 향연, 드롯셀마이어의 마술 장면 등 볼거리가 끝없이 펼쳐지는 이 작품은 어른에게는 어린 시절 낭만 가득한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어린이에게는 동화책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환상을 보여주는 마법같은 발레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