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Le Corsaire)은 조지 고든 바이런의 시를 기반으로 하는 생 조르주의 리브레토와 함께 주로 3개의 막으로 공연되는 발레 작품입니다. 파리오페라 발레단에 의해 1856년 초연되었습니다. 현재는 마린스키 발레단을 위해 해석된 형태로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국립발레단은 찾아가는 발레이야기, 찾아가는 발레교실, 해설이 있는 발레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설이 있는 전막발레 해적'은 송정빈 안무가에 의해 국립발레단만의 새로운 버전으로 만들었습니다. 원작의 설정을 과감히 생략하였으며 현 시대에 걸맞는 내용으로 각색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3막으로 이루어진 원작을 2막으로 수정하여 박진감 넘치는 빠른 전개와 호흡을 보여줍니다. 해적단의 강인하고 역동적인 안무, 진한 감성이 돋보이는 드라마와 다채로운 캐릭터를 보여주었습니다. 여기에 해설이 더해져 남녀노소 쉽게 작품을 이해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입니다.
해적단의 등장
파도 위를 떠돌던 해적단은 마젠토스의 상선을 포착합니다. 해적 두목 콘라드의 지휘 아래, 마젠토스의 노예무역선이 항복합니다. 해적단의 이인자인 비르반토는 어차피 노예무역의 희생양이 되었을 사람들을 팔아 수익을 남기자고 주장하지만, 콘라드는 오히려 노예무역선의 함장을 처단하고 나머지 사람들을 풀어줍니다. 이로써 알리는 자유를 되찾고 해적단의 형제가 됩니다. 무리가 늘어난 해적단은 기세등등하게 다시 돛을 펼칩니다.
우연히 마주하게 된 사랑
해적단은 배를 정비하기 위해 우연히 발견한 섬에 정박하였습니다. 그곳은 수확제 분위기가 달아오른 플로리아나입니다. 해적들은 섬사람들 사이에 어우러져 춤추며 잠시나마 육지 위의 행복을 만끽합니다. 콘라드는 메도라라는 한 소녀에게 한 눈에 반했습니다. 메도라 역시 파도를 호령한다는 콘라드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두 사람 사이에 애정의 꽃봉오리가 피어오르려는 찰나, 마젠토스의 왕이 플로리아나로 행차합니다. 마젠토스의 왕은 노예무역선을 잃어 생긴 손해를 메꾼다는 핑계로 플로리아나 사람들로부터 공물을 탈취하고, 메도라와 그의 친구들을 납치해갑니다. 이에 콘라드의 해적단은 메도라와 친구들을 구출하러 가기로 결의합니다. 구출 작전에 성공한 해적단은 메도라와 친구들을 그들의 본거지인 해적섬 드라코노보로 데려옵니다. 해적섬의 모두가 메도라와 친구들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콘라드는 메도라에게 달콤한 사랑을 표하고, 알리는 해적단에 의리를 맹세합니다.
씁쓸하고도 행복한 결말
한편 부에 눈이 멀고, 알리와 콘라드의 우애를 시기하게 된 비르반토는 해적단을 배반하고 마젠토스의 왕과 한편이 됩니다. 비르반토는 마젠토스의 군사를 이끌고 해적섬을 침투합니다. 비르반토가 잠입해 콘라드를 살해하려 하지만, 이를 간파한 알리가 콘라드의 목숨을 구합니다. 콘라드는 비르반토에게 해적단 형제의 맹세를 상기시키고자 하지만 회유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콘라드는 결국 배신자 비르반토를 향해 최후의 방아쇠를 당깁니다. 배반의 쓰라림을 다독이는 양, 또 다시 태양이 떠오릅니다. 콘라드의 해적단은 메도라, 알리와 함께 검은 돛을 펼치고 새로운 모험을 향해 나아갑니다.
총평
해설이 있어 조금은 유치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무대가 시작되니 제 생각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별도의 해설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극 중 '마젠토스' 역할을 맡은 배역이 직접 무대를 이끌고 있어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라비아풍의 작품 특성상 의상이 굉장히 화려하여 무용수들이 더 돋보였습니다. 연기를 하는 무용수들의 표정도 너무나도 밝아서 관객들에게도 그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졌던 작품이었습니다. 안무는 콘라드, 메도라, 알리가 추는 파드되, 파드트루아가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10분이 넘는 시간을 각자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는 시간으로 꽉 채워져 볼거리가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시간들이 있어 지루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이와 어른 모두가 행복해하는 순간들이 기억에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