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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바야데르, 아름답고 화려한 160분의 치정극

by 유뎐 2024. 3. 18.

라바야데르 배경

라바야데르는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이 작품이 만들어지던 시기인 19세기 유럽은 인도의 이국적인 매력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마리우스 프티파의 형인 루시엔 프티파는 고대인도의 시인 칼리다사의 희곡 샤쿤탈라를 발레로 만들기도 했는데 현재는 총 3가지의 버전으로 공연되고 있습니다.

키로프 발레단의 바크탕 차부키아니와 블라디미르 포노마료프가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를 바탕으로 4막에 있던 결혼식 장면을 2막 약혼식 장면으로 변경하면서 총 3막으로 제작한 버전입니다. 3막을 따로 떼어 서부 유럽에 선보이기 전까지 서부 유럽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소련에서 프랑스로 망명한 나탈리아 마카로바와 루돌프 누레예프가 차부키아니 버전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버전을 제작하면서 서방 세계에서도 라바야데르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카로바 버전은 프티파 버전의 스토리를 따른 4막으로 구성되어 있고, 누레예프 역시 4막으로 제작하려 했으나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3막으로 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인도 사원과 왕실

인도의 한 사원제사장 브라만과 수도승 그리고 무희들이 제례를 올리고 있습니다. 용맹한 장군 솔로르와 무희 니키아는 신분의 차이가 있음에도 서로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제사장인 브라만은 사원의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를 향한 욕망을 억누르지 못하고 그녀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신분까지 내려 놓겠다며 사랑을 고백하지만 그녀는 브라만의 고백을 냉담하게 거절합니다. 제례가 끝나고 모두가 떠난 사원에 사냥을 나갔다 돌아온 솔로르는 무희 니키아와 사랑을 맹세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를 엿들은 브라만은 분노하였고 솔로르를 죽이고자 마음을 먹게 됩니다.

한편, 더그만타 국왕은 자신의 딸인 공주 감자티와 전사 솔로르를 결혼시키려고 합니다. 솔로르가 마음에 들었던 감자티는 무희 니키아를 불러 축복을 위해 춤을 추게 합니다. 감자티와의 약혼에 솔로르는 당황하였지만 왕의 권유에 못이겨 이를 허락하게 됩니다. 솔로르와 감자티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브라만은 니키아와 솔로르의 관계를 더그만타 국왕에게 고합니다. 국왕은 크게 노하여 솔로르와 감자티의 결혼은 진행시키되 니키아를 처형하겠다고 선언합니다. 브라만은 무희를 죽이면 신의 저주를 받는다고 말하지만 국왕은 마음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브라만과 국왕의 대화를 듣게 된 감자티는 니키아의 존재를 알고 솔로르를 포기하라고 회유하지만 니키아 역시 솔로르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결국 화가 난 니키아는 감자티를 단검으로 찌르려 했지만 하인의 저지로 실패합니다. 단단히 화가 난 감자티 역시 니키아를 죽이려고 마음을 먹습니다.

 

감자티와 솔로르의 약혼식

솔로르와 감자티의 약혼을 축하하는 성대한 연회가 시작되었습니다그들의 약혼을 바라보는 무희 니키아는 슬픔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더그만타 국왕은 은밀히 니키아를 죽일 것을 지시하였고수도승은 더그만타 국왕의 계략인 꽃바구니를 니키아에게 전합니다니키아는 솔로르가 자신에게 보낸 정표라고 착각하고 기쁨의 춤을 춥니다. 그 꽃바구니는 사실 국왕과 감자티가 보낸 것으로 그 안에는 독사가 숨어있었습니다. 춤을 추던 니키아는 꽃바구니에 숨어있던 독사에게 물리게 되고 독이 점점 온 몸으로 퍼지고 발았습니다. 제사장 브라만은 해독제를 니키아에게 전하며 그녀를 살리고 자신과 함께 떠나자고 제안하지만, 니키아는 솔로르를 보며 낙담하여 죽고 말았습니다.

 

망령들의 세계

연인을 잃은 솔로르는 자신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며 큰 절망에 빠져있습니다. 솔로르는 꿈에서라도 니키아를 만나기 위해 고행 수도승에게 슬픔을 잊을 수 있는 의식을 요청하고, 그들의 신성한 춤에 매혹되어 망령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솔로르는 어둠 속에서 니키아의 환영을 보았습니다그리고 32명의 아름다운 망령들이 차례로 등장해 무대를 가득 메우고 매혹적인 발레 블랑이 펼쳐집니다. 솔로르는 니키아의 망령을 따라 세속을 떠납니다.

 

총평

발레 작품들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인도를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캐스팅 인원도 많고, 화려한 무대와 의상으로 제작비 또한 높으며 안무의 난이도도 굉장히 높은 편이기에 클래식 발레 레퍼토리 중 가장 드라마틱한 발레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3막 망령의 세계 부분이 압도적입니다. 아름다고 애절한 음악의 변주에 따라 튜튜와 스카프를 두른 32명의 발레리나가 한 몸이 되어 움직이는 장면은 발레의 매력과 신비감을 절실히 표현하는 장면입니다. 프티파 특유의 구조적이고 대칭적인 형식미를 잘 느낄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발레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보아도 무용수들의 화려한 기술에 충분히 매료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인도를 배경으로 하다보니 배가 보이는 의상들도 많이 보입니다. 섬세한 춤선 사이로 보이는 탄탄한 근육들은 무용수들의 노력들을 더욱 체감하게 해주는 듯 합니다.